[기자수첩] 탄핵심판의 증인들

입력 2017-02-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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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정책사회부 기자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나간다. 13차례 변론이 열렸고, 많은 증인이 나섰다.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인 전 청와대 비서관 정호성은 성실했다. 6시간 반 동안 쉼 없이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기밀문서 유출은 체념한 듯 사실관계를 시인하다가도, 대통령의 직무 수행 태도에 관해서는 ‘진정성만큼은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로부터 ‘다른 증인과 달리 성실히 답변해 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반면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 윤전추와 이영선은 준비된 답변만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질문을 ‘적절치 않다’며 피했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보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소추위원단과 묘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런가 하면 케이스포츠 재단 부장 노승일은 가장 솔직하게 감정 변화를 드러낸 증인이다. 대통령 측이 “이번 사태를 불순한 의도로 촉발한 게 아니냐”고 몰아가자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가”라고 일갈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고발자’였기 때문에, 청와대 인사들과는 태도가 달랐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관해서는 몇 시간씩 구멍이 난 일정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그날 관저에 있었다는 정황은 설명하되, 무얼 했는지는 사실상 답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분 단위로 행적을 밝혀서 내라”고 했더니, 대리인단은 이미 밝힌 일정의 ‘시각’을 분 단위로 표시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마 탄핵심판이 끝나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해소할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다. 스스로 집무실이라고 명명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이 부분은 증언으로 확인할 수 없고, 대통령 본인만이 밝힐 수 있을 듯하다.

형사재판 피고인은 침묵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 형벌권에 의해 약자인 시민의 인권이 침해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장 막강한 국가기관인 대통령은 이러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탄핵심판이 형사재판인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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