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에 투자 시 과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이 올해 종료되면서 일몰 연장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에서 비과세 해외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만 1조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세테크’에 민감한 투자자들 역시 일몰을 앞두고 신규 가입은 물론 다른 비과세 혜택 펀드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판매사들은 신상품 출시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9일(시행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의 판매 잔고는 1조824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말 공모 주식형 펀드 설정원본이 62조 원으로 2015년(69조 원)과 비교해 약 7조 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비과세 해외펀드는 지난 1년간 상당수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기존 상품에 비과세 유형을 추가 적용하는 것보다 ‘비과세’라는 명패를 걸고 새로 출시한 상품에 투자자금이 몰렸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작년 2월 29일 이후 설정된 비과세 유형 보유 해외펀드 41개의 설정원본은 4286억 원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총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 잔고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 운용사의 신규 펀드 출시는 주춤한 상황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비과세 계좌로 투자 가능한 해외펀드 상품은 총 299개로 지난해 2월 29일 이후 출시된 비과세 적용 해외펀드는 41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존 펀드에 투자 유형을 추가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신규 상품들도 대부분 작년 상반기에 몰려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출시된 펀드는 5개뿐이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는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상황에서 특정 유형이 이만큼 인기를 끌었다면 운용업계에서 동류의 상품을 우후죽순 출시했어야 정상”이라며 “일몰로 자금 모집에 한계가 있다 보니 섣불리 신상품을 못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자들의 고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추천했던 중국ㆍ베트남 주식에 대한 비과세 펀드 수익률이 다른 유형과 비교해 성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자금을 운용 중인 투자자들도 고민이 깊다. 일몰을 앞두고 초과 수익률을 기대한 갈아타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해 5월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과세 계좌로 투자한 직장인 이 모(36) 씨는 “일몰이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더 이상 펀드를 갈아탈 수 없게 되는데 수익률이 오르거나 내리는 상황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지키려면 그저 들고 있어야 한다”며 “2년짜리 정책으로 공모펀드시장에서 돌아선 투자자를 돌려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이미 일몰 연장 작업에 나섰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조세특례법상 해외펀드 세제 혜택 일몰 연장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국회에 조기 대선 등 굵직한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법 개정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형 외에 다른 유형에도 추가 세제 혜택을 준다면 공모펀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정도 개혁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해외 주식형에 대한 세제 혜택 일몰만 1년 이상 연장돼도 펀드를 판매하고 운용하는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