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친 건 부진한 내수 경기 탓이라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세계 3대 경제국인 일본의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1.0%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1%를 소폭 밑도는 것이다. 미즈호증권의 스에히로 도루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의 수출 의존도에 주목했다. 그는 “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6% 증가했다”며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량 증가와 중국에 보내는 스마트폰 부품 출하량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 회복이 불안정한 토대 위에 있다”며 “외부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은 적극적인 고용과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민간기업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0.9% 증가했으나 이 역시 시장 전망인 1.2% 상승을 밑돌았고 민간 지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를 포함한 당국자들은 그러나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4분기를 포함해 2016년에 GDP는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일은 2005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상은 “노동 시장에서 임금이 인상되고 있다”며 “점진적인 경제 회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 진행되는 긍정적인 경기 순환이 꾸준히 진행되려면 임금 인상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임금 감소가 개인 소비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베 총리는 민간 소비 촉진을 위해 대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반복적으로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도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의 전국 백화점 매출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6조 엔(약 60조8100억 원)을 밑돌았을 정도다.
현재와 같은 성장률이 유지되면 아베 총리가 목표로 하는 ‘2020년까지 GDP 600조 엔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목표는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2016년 명목 GDP는 537조 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까지 설정한 목표를 이루려면 앞으로 4년간 2%의 실질 GDP 성장률과 1%의 물가 성장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해 일본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크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의 칼을 빼들면 미·일 무역 관계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일본에 대해서는 비관세장벽과 엔화 약세를 통해 불공정하게 무역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은 총 502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냈는데 이 중 일본은 중국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두 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