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일본 자동차업계가 북미 판매 호조라는 호재에도 웃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북미시장 의존도가 한층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이른바 일본 ‘빅3’는 현지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고 1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자동차 빅3의 지난해 4~12월 북미시장 신차 판매는 522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그 중 닛산과 혼다의 판매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요타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닛산은 158만2000대로 6%의 증가율을 보였고 혼다는 4% 증가한 149만9000대였다. 도요타는 214만5000대로 0.2% 늘어났다.
유가 하락으로 일본이 그동안 강점을 보여왔던 승용차 부문은 고전했다. 그러나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대형차 공급능력을 향상시켜 북미시장 호황에 동참할 수 있었다. 북미시장 전체 판매량은 작년 4~12월에 1626만 대로 전년보다 1% 늘었다. 또 미국시장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신차 판매가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업계가 북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일본과 멕시코산 수입 증가에 비판적인 트럼프 정부로부터 역풍을 맞을 리스크도 커지게 됐다. 이는 가뜩이나 북미 의존도가 커진 일본 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닛산이 작년 4~12월 북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700억 엔(약 1조7330억 원)으로, 최대시장인 일본(3000억 엔)의 약 60%에 해당한다. 북미사업에 강한 혼다는 이 지역에서 2900억 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일본에서 벌어들인 1500억 엔의 배에 달한다.
트럼프는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의 협상에 따라서는 도요타와 닛산 등이 생산거점을 둔 멕시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여당인 공화당이 추진하는 ‘국경조정세’도 불안요소다. 이 제도는 수출기업의 세금을 감면하는 대신 수입기업의 부담은 무겁게 하는 구조다.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의 나카니시 다카키 대표는 “만일 미국 국경조정세율이 20%로 책정되면 닛산은 2019년 3월 마감하는 2018 회계연도 순이익이 54%, 혼다가 44%, 도요타는 39% 각각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0일 정상회담에서도 자동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중국에 이어 2위였고 적자 대부분이 자동차로부터 나와 트럼프가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