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가 9일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서 회사 소개서에 최순실(61) 씨를 회장으로 기재했다고 증언했다. 이 문서는 최 씨를 거쳐 청와대로 전달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더블루케이가 최순실 씨와 연관된 것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조 씨는 증인으로 나서 더블루K와 케이스포츠재단을 최 씨가 실제로 지배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1월 최 씨의 지시로 더블루K를 소개하는 문서를 만들었다. 회사 조직도와 사업내용 등이 담겼고, 표지에는 자신의 명함을 끼워넣었다. 실질적으로 상근하는 인력은 조 씨와 고영태(41) 이사, 경리 업무를 맡은 여직원 등 3명 규모였지만, 스포츠 매니니먼트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파트별 조직도가 그려졌다.
이 소개서를 최 씨에게 전달하자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고, 조 씨는 '최 씨가 인맥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후 더블루K는 그랜드레저코리아(GKL), 포스코 등과 사업 계획을 논의할 수 있었고, 안종범(58)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도 지원에 가세했다. 최 씨는 "김 수석 연락 때만 해도 생각을 못했지만, 경제수석과 김 차관을 만나 후에는 '윗분'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윗분은 박 대통령을 말한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케이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지원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최 씨와 연관된 회사라는 점은 몰랐고 체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측 대리인인 송재원(55·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최 씨에게 전달된 더블루K 소개서에 회사와 최순실의 관계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조 씨는 "최순실 회장이 있고, 그 아래 대표이사(본인), 실제 존재하지 않는 스포츠매니지먼트 파트 등이 들어간 조직도를 넣었다"고 답했다. 조 씨는 GKL과 포스코를 상대로 스포츠단을 창단하고 관리용역을 더블루K가 맡는 사업 제안서도 최 씨가 지시해서 만들었고, 모든 사업이 최 씨 주도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단은 사실조회를 통해 얻은 더블루K 입출금 내역을 근거로 무리한 주장을 펼치다가 수차례 재판부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더블루K 자금 400여만 원이 정기적으로 김모 씨 명의로 출금됐는데, 박 대통령 측은 김 씨가 조 씨의 부인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조 씨는 황당하다는 듯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 대금은 더블루K 사무실 임대로가 월 400만 원이라는 점을 떠올린 이정미 재판관이 "혹시 임대료가 아니냐"고 질문하면서 건물 소유주에게 지불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대리인인 이상용(55·37기) 변호사는 더블루K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관해 "사무실 한 달 고정비가 2000만 원 정도 되는데, 급여와 월세는 법인카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조 씨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켜보던 강일원 재판관은 "급여가 어떻게 법인카드에서 나가겠느냐"고 말한 뒤 "지금 소추사유와 관련해서 유리한 걸 캐내셔야 하는 거 아니냐, 전부 상식적인 질문이나 조서에 있는 걸 그대로 물으시는데 불필요한 질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단은 원래 예정된 30분을 훨씬 넘긴 1시간 이상을 신문했지만, 오히려 △더블루K가 재단법인인 케이스포츠가 할 수 없는 영리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됏고 △최순실 씨가 케이스포츠는 물론 더블루K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했으며 △김상률·안종범 수석과 김종 차관이 더블루K 지원활동을 펼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이 들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강 재판관은 "조 씨에 대한 검찰 조서를 불리하다고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는데, 지금 피청구인(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왜 자꾸 확인하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016년 1월 더블루K가 설립되면서 '바지사장' 역할을 하다가 최 씨와 갈등을 빚어 퇴사한 조 씨는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인이다. 하지만 소추위원단이 아닌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꼭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증인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권성동 소추위원은 "대통령 측이 불리한 증언이 예상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변론기일을 잡으려는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