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백화점 매장 판매원 근로자로 봐야" 첫 판결

입력 2017-02-0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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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장 판매원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매장 판매원 출신 구모 씨 등 23명이 의류·잡화업체 발렌타인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발렌타인은 닥스, 러브캣 등 넥타이, 머플러, 가방 등의 제품을 만들어 백화점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판매사원을 직접 채용해 매장에서 근무하게 했지만, 2005년 9월부터는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받은 다음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서 매장을 운영해왔다. 판매원들이 발렌타인에서 제조한 물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한 후 판매수입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회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구 씨 등은 퇴직 후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인데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매용역계약을 도입한 후로도 판매원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매원들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돼있지만,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매출과 수익 규모는 각 매장의 매출 규모에 따라 좌우되므로 판매원의 판매업무는 발렌타인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며 "회사로서는 판매원의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판매원의 업무에 대해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는 본사 영업부 직원들을 주기적으로 매장에 방문하게 해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판매원들의 근무현황을 매월 보고받았다.

재판부는 "횡령 등 비위행위를 저지른 판매원들에 대해 판매용역계약을 중도 해지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 매니저와의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조치를 한 것도 실질적으로는 징계해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구 씨 등을 근로자로 봐야한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판매원들의 근무 형태가 자유롭고, 용역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고 실수령액이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이 프리랜서에 가깝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박모 씨 등 20명이 같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자영업자 신분인 근로자를 말한다. 이들의 경우 개별 업종마다 근로형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야쿠르트 아줌마' 사건에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자로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판단은 개별 업종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계약서에만 주목해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근로형태를 세세히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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