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경제는 국내외적으로, 그리고 정치·경제적으로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가계와 기업, 금융회사의 심리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가 위축되면 정부는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경제정책이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이 경제의 교란요인 및 정책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해 11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4개월 연속 완만하게 상승하던 소비자심리지수가 11월 95.8포인트로 크게 하락해 2009년 4월(94.2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치와 비교할 때 6.1포인트 하락해 금융위기 기간인 2008년 10월 11.5포인트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 기간인 2011년 3월 10.1포인트 하락을 제외하고는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소비자심리지수의 급락은 지난 2∼3개월간 국내외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데 기인했다. 지난해 9월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법 해석상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10월 중순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12월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특히 11월 8일 미 대선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면서 새로운 미 행정부의 거시정책, 산업정책, 무역정책 등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가계는 소비보다는 저축을, 기업은 투자보다는 내부 유보 등을 확대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가계의 경우 예기치 않은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예비적 목적의 저축을 증가시키고, 기업은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노동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초과 근로를,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임금인상보다는 내부 유보를 선호하고, 투자를 이연시키면서 관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자금 공급자는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금 수요자의 자금 조달비용을 상승시키고,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도 보수적으로 변화되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의 위축이 발생한다. 또한 경제 위축이 발생하면 정부는 적극적 거시경제 정책으로 경기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경제정책이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브렉시트 사례처럼 대외 충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으나, 미국 정부 정책의 변화로 글로벌 교역 및 금융시장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외 불확실성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국내 정치 불안도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추경 또는 기준금리 변경과 같은 거시경제 정책은 불확실성의 원천과 지속 기간, 경제주체들의 기대 형성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