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정보기술(IT) 기술의 보고 실리콘밸리를 넘어 미국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포드자동차와 코카콜라 등 제조기업 수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 정책의 반이민정책 행정 명령을 규탄했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7개 무슬림 국가 국민들의 미국 여행 제한 조치가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한다며 비판했다. 필즈 CEO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게 포드자동차의 핵심 가치이며 우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이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포드 경영진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최근 몇 주간 필즈 CEO는 트럼프의 친(親)기업적인 트럼프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치켜세우는 한편 트럼프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발맞춰 미국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터키계 미국인인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CEO도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켄트 CEO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여행 금지를 비롯해 공평과 포용 다양성이라는 우리의 핵심 가치와 신념에 반대되는 어떤 정책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손꼽히는 금융업계도 반이민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3만4000명 직원들에게 보내는 음성 메일에서 “우리가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거버먼트삭스’라고 불릴 정도로 이번 트럼프 초기 내각 요직에 골드만 출신 인물을 배출했다. 또 다른 미국 금융대기업 씨티그룹도 “이번 행정명령이 우리의 대(對)고객 역량을 해치고 성장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이자 세계 최대 금융사로서 (이 정책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도 CEO 이름으로 반이민정책에 반대 성명을 내놨다.
앞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우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이라크와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일시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입국 금지를 지시한 7개국 직원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나 해외 인재 채용을 통해 성장해온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반이민정책에 반대하는 기업들에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스타벅스의 ‘난민 1만명 고용’계획에 반발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