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2008년 광우병 사태와 지난해 촛불집회에 대해 “광우병과 이번 사태 두가지는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촛불 시위에 대해서는 “다 보고 있다”면서도 직접 나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보수단체의 맞불 시위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한다며 여러가지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신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해선 “솔직한 심정으로, 뭔가 이것은 우발적으로 된 것은 아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진행과정을 좀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다. 이어 ‘누가 기획한 심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지금 말씀드리기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최순실이 회사를 만드는 등 사적이익을 추구한 흔적이 있는데 전혀 몰랐나’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살피지 못했다면 (그것도) 내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시간 알아왔고, 저 혼자 지내니까 소소하게 심부름도 해주고 충실히 도와준 사람으로 생각했다”면서 “이번에 이렇게 전개되는 일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일이 많았구나, 사익을 어떻게 했다고 그런 일도 있다고 하니 그런 걸 몰랐던 불찰에 대해 마음이 좀 상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너무나 많은 허황된 이야기들이 떠돌다 보니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을테고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에 대해 반대해온 세력도 있었을 테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7시간’ 굿판 및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터무니없는 얘기다. 약물 근처에 가본 적이 없고 굿을 한 적도 없다”며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했다면 그 탄핵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거짓말이라면 왜 항변을 안했나’라는 질문에는 “한번 만들어져서 바람이 불면 그때는 정정보도도 기자회견도 통하지 않는다. 그 프레임 밖의 얘기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와 관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된다. 법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여러 고생도 무릅쓰고 나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이 제기한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밀회설’에 대해서도 “정윤회씨는 취임도 하기 오래전에 다른 사정으로 돕던 일을 그만뒀고 그 후에 만난 적도 없다”며 “사실에 근거하면 그냥 깨질 일들이 이렇게 자꾸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아주 산더미같이 쌓여있는가 하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자신의 딸이라는 루머에 대해서도 “품격 떨어지는 얘기다. 끔찍한 거짓말도 웬만해야 한다”며 “이름을 개명해 정유라라고 불린다는 것도 몰랐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고영태 관계’ 인지 여부에 “전혀”라고 부인한 뒤 “고영태라는 이름, 존재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모르는 일”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에 대해선 “무슨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과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 “문화 쪽이 최순실의 인사추천이 좀 있었다”면서도 “거기서 추천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그대로 등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장관을 향해 “장관으로 재직할 때 말과 퇴임한 후의 말이 달라지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박근혜 풍자누드’ 전시회 논란과 관련,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리 심해도 넘어서는 안되는 도가 있다”며 “그것을 아무런 거리낌도 어떤 죄의식도 없이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지금 현재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 헌재 출석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언급한 뒤 “특검 조사에 임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박 대통령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상춘재에서 사실상의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후 24일 만이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해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