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5일 국회를 찾아 범여권 의원들을 상대로 ‘제3지대’ 세일즈를 벌였다. 새누리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의 초청간담회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상 반 전 총장의 제3지대 설명회와 같았던 간담회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의원 25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왜 정치교체인가’라는 주제로 1시간여 동안 자신의 정치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비공개 간담회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 패권이 다른 패권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아니라 참다운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치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존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국회의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제3지대로의 손짓을 이어갔다.
반 전 총장은 “나라가 어려울수록 정치가 국민의 각박한 삶을 위로하고 분열을 치유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정치가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문제 자체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에 목말라 있다”면서 “한국이 성공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정치부터 바꿔 대타협에 이은 대통합으로 가야 하고 보수진보, 좌우 대립을 넘어 삶을 구체적으로 챙길 수 있는 정치를 만드는 데 여러분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정의를 바로세워서 대한민국의 대통합 길을 여는 데 제가 미력하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의원들도 같이 동참해주고 정치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정치교체의 방안으로 반 전 총장이 주장한 개헌에 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참석 의원 다수는 반 전 총장을 향해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 지도자가 돼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심 부의장이 반 전 총장을 굳이 “보수진영의 유력후보”로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대변인은 간담회 후 “정치 행보에서 개선할 점 등 의원들로부터 도움 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외 다른 정당 분들도 초청한다면 반 전 총장은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엔 새누리당 96명 의원 중 24명이 참석했다. 4명 중 1명꼴로, 설 전 동반탈당설이 도는 이들도 다수 자리했다. 반 전 총장의 측근을 자임하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은 물론 나경원 신상진 정유섭 등 수도권 의원들, 그리고 폐족 위기에 놓인 친박근혜계에서도 민경욱 김석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전날 창당식을 가진 바른정당에서 이은재 의원이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