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 연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35개국(평균 1770시간)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면서도 오히려 시간당 노동 생산성(31.6달러)은 OECD 최하위권이다. '직장인 3명 중 1명 과로사 위험'(대한만성피로학회, 2016),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 하루 6분' 같은 지표들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그야말로 '과로사회'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에 서울시가 근로시간을 줄이고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여가 및 교육시간을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을 올해 3개 시범모델을 시작으로 '2018년 22개 전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한다고 23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 다목적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연평균 노동시간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70시간)보다 약 43일(347시간)이나 많이 일하는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실태를 개선하고,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려 이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을 통해 정규직 대비 13%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시는 올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의료원, 지하철 양공사의 자회사에 이 계획을 시범 적용하고, 내년까지 22개 모든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한다.
강제적으로 수당을 줄이지 않고, 노사정 자율 합의에 기초한 '주 40시간 노동시간 준수'가 대원칙이다.
야근·휴가미사용 등이 만연한 사업장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021년까지 평균 노동시간을 현재 2275시간에서 1891시간으로 17% 감축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 27명을 추가 채용하고 자기개발·육아 등 일·생활 양립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10∼15개 더 만든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기준 2485시간인 노동시간을 2022년까지 1888시간으로 24%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정규직 60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의료원은 교대 전후 인수인계 시간이 약 2시간, 보장되지 않는 휴게시간 35분, 잦은 이직으로 인한 휴일근로 등이 겹쳐 장시간 노동이 일어나는 사업장이다.
지하철 양공사의 청소·시설경비를 담당하는 자회사 서울메트로환경과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은 인력 충원과 근무제 개편으로 노동시간을 줄인다.
메트로환경은 올해 20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도시철도그린환경은 4명을 충원해 격일제 근무를 4조 3교대제 바꾼다.
이렇게 되면 차량기지 청소 노동자의 1일 사업장 체류시간은 현재 17시간에서 개편 시 8∼9.6시간으로 줄어든다.
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모든 투자·출연기관의 실노동시간을 파악하고 하반기에는 노사가 합의한 인력 충원을 포함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수립해 내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4대 지침을 확산하고, 주4일제 근무 시범도입, 주 35시간제 등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모델도 검토한다.
시가 확산하려는 4대 지침은 ▲ 원하는 때 마음 놓고 휴가 가기 ▲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기 ▲ 정해진 휴가 당당하게 보장받기 ▲ 유연 근무 확대로 업무 효율 높이기 등이다.
박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개인의 일-생활 양립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나가겠다"며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주40시간 상한근무제의 보편적 도입을 위해 국회‧정부 차원에서 입법화를 추진하고, 민간 기업은 사람에 투자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