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현실은 국내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내부적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개헌 등 국내 정치 환경이 얽혀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이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등이 한국 경제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채용 계획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한 3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된 모양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한 주요 그룹들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에 지난 18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0대 그룹 CEO를 만나 상반기 채용을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시국을 반영한 듯 CEO 참석이 매우 저조했다. 30대 그룹 중 22개 그룹 관계자만 참석했고, 사장 참석자는 한화와 두산 등 2개 그룹에 불과했다. 이날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 일부 기업은 채용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청년 일자리 창출도 곳곳에서 허점투성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업무계획’에서 올해 청년 일자리 예산 규모를 전년보다 9.5% 증액한 2조6000억 원을 집중 투자해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로 했다.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을 20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청년취업성공패키지에 따른 취업자의 임금 수준을 분석한 결과 고용부가 고시한 저임금(2014년 기준 137만9330원)에 해당하는 취업자가 2012년 51.9%, 2013년 51.3%, 2014년 56.9%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만 원 미만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도 과거보다 점점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도 제일 높은 수치를 보인 것도 같은 이유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n포세대’라는 용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n포세대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 보니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청년백수를 풍자한 표현이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청년 일자리 문제가 더 심화될 땐 대한민국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가 선순환이 될 수 있게 물꼬를 터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