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며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수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악재를 하다 더 얹은 셈이다.
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0.65를 기록해 전달에 비해 0.24% 오르며 석 달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2010년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수치가 높으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됐음을, 낮으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전체 61개국 중 상승률로는 24위의 기록이다. 1위는 베네수엘라(+7.53%)를 차지했고, 러시아(+6.22%)를 차지했다. 미국(+1.14%)은 17위를 유로(-0.65%)는 42위를 보였다.
원화의 실질가치의 오름세는 지난달 달러 강세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1160~1170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원ㆍ달러 환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영향과 12월 FOMC의 금리 인상을 반영하며 12월 말 1200원 대 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반면 수출 라이벌인 일본의 통화가치는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 일본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전달대비 5.88%나 떨어진 76.26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와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순위로는 전체 61개국 중 6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앞으로 트럼프 신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나서며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각)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우리의 일자리를, 국격을, 부를, 꿈을 되찾겠다”며 “내 단순한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에 대한 절상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신정부가 국내에 직간접적으로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화 절상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켜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화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보면 유로화나 엔화 절하 폭이 높아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다”며 “게다가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도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 어느정도 강경한 자세를 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