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 씨가 22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7’ 컨퍼런스에서 ‘죽음에 미소 지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올라 죽음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강씨는 동물과 인간이 죽음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며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대신 ‘어떻게 죽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철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죽음에 관한 시선도 마찬가지”라고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강씨는 “개나 고양이는 직관적으로 죽음을 알고 있다”며 “죽음이 다가오면 음식을 먹지 않으며 삶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인간은 언제 올지 모르는 본인의 죽음을 걱정하며 오래 살기 위한 방법을 마련한다”며 “죽음이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으로, 우리는 성숙한 인간으로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강씨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꽃에 비유했다. 그는 “사람들은 조화와 생화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생화를 받고 싶어 한다”며 “어차피 시들 꽃인데 왜 받고 싶어 하는 것일까?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음도 당연히 우리의 일부분인데 왜 죽음이 무서워 보험을 들고 전전긍긍하고 있나”라며 “그런 에너지를 꽃을 더 아름답게 피우는데 쓰자”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씨는 죽음을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싯다르타의 마지막 가르침은 ‘고개를 돌리지 말고 무상(無常)에 직면하라’이다”며 “이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꽃이 지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꽃은 피우지 못하는 것을 무서워해야 한다”며 “사랑하는 것이 피어 있을 때, 나 때문에 빨리 지게 하지 말고 그 꽃이 더 오래 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7’은 국내외 저명한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대중 컨퍼런스다. 이달 21~22일 열린 올해 컨퍼런스에는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이어령,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김진명, 과학자 정재승, 시골의사 박경철, 역사학자 전우용 등 15인의 강연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