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엇박자 내는 므누신...강달러 지지에 월가 압력도 시사

입력 2017-01-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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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내각에서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티븐 므누신이 트럼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므누신은 19일(현지시간)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 룰(Vlocker rule)’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정한 ‘글래스 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도 어떤 형태로든 부활시키면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므누신의 발언과 관련,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그가 재무장관에 취임하더라도 월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주진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월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증시에서 금융주 랠리를 부추겼다.

므누신은 예금보험에 의한 공적 보장의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에 대해, 자기자본 거래라는 개념은 걸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볼커 룰이 은행에 의한 투기를 제한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므누신은 수십 년 전에 폐지된 글래스 스티걸 법의 부활에는 반대한다면서도 21세기판 글래스 스티걸 법을 정책 담당자가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볼커 룰에 의한 거래 제한은 지나치다며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므누신은 “나는 볼커 룰을 지지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은행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므누신과 트럼프의 생각이 어긋나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므누신은 “달러화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통화”라며 “장기적으로는 ‘강한 달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말하자면 강달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미국 기업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얼마 전 달러 강세 현상을 강하게 비판한 트럼프의 주장에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할 수 없게 한다”고 말해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이 고수했던 강달러 정책이 뒤집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고조시켰다. 이같은 발언을 한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자 달러화 가치는 17일 급락했다. 그러다가 18일에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달러 가치는 다시 크게 반등했다. 므누신은 트럼프의 강달러 견제 발언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자 이날 청문회에서 급하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는 트럼프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펼쳐 미국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크게 뛰었다. 달러화 가치는 최근 저점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25%나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므누신은 “미국 경제회복에 해를 끼치는 2011년 셧다운(연방정부 폐쇄) 사태와 비슷한 대립을 피해야 한다”며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위해 신속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세제 개혁으로 세금을 낮추면서도 재정수직 적자를 늘리지 않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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