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알루미늄 업체들에 보조금을 지원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됐다며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중국이 최근 몇년간 낮은 가격에 알루미늄과 철강, 기타 제품을 세계 시장에 범람시켜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공세를 강화해왔다. 미국 관리들은 특히 이번 제소에 대해, 중국 금융 부문이 인위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제조업체들에 자금 지원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 저금리 대출과 기타 불법 정부 보조금을 통해 알루미늄 산업에 부당한 이익을 주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미국 제조업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세계적인 과잉공급을 유발했다. 우리는 이 정책으로 매일 상처를 받는 미국과 전 세계 근로자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내가 임기 첫날부터 해왔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알루미늄 생산능력이 2007~2015년 네 배 이상 증가하면서 글로벌 가격은 약 46% 떨어졌다”며 “중국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간 미국의 전체 알루미늄 생산량은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37% 감소했으며 14개 알루미늄 제련소 중 9곳이 2011년 이후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한 곳은 전체 생산능력에 못 미치는 양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풀이했다. WTO 제소를 통해 승리를 거두면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중국의 무역 불공정 관행을 고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 멕시코를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유발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무역 부문에 있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는 이번까지 포함해 재임 기간 무려 16차례나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마이크 프로먼 USTR 대표는 “미국의 그동안의 강경한 대응 기록은 바로 중국 때문”이라며 “중국이 속임수를 쓰면 우리가 바로 그 자리에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도 미국에 대해 맞불을 놓고 있어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전날 동물사료로 쓰이는 미국산 옥수수 주정박(곡물 찌꺼기)에 42.2~53.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예비판정의 33.8%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또 11.2~12.0%에 이르는 상계관세도 물리기로 했다.
또 중국은 지난달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거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WTO에 제소했다.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의료기술업체 메드트로닉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