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직원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우선 회의를 없애는 등 신속한 업무 진행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보여주기식 이벤트인 외부 행사도 상당히 줄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에 이뤄진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각 팀별 단위로 160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거래소의 한 직원은 “노조를 비롯해 상당수 직원들이 상무급 임원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방식은 다소 파격적이었지만 방향성은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부팀장급까지 파격 인사를 기대했던 직원들의 경우 실망감도 있었다.
반면 대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직원들은 금융위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거래소 이사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다.
실제 정 이사장을 비롯한 거래소는 금융위 눈치 속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아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금융위와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차별화된 과감한 시장 활성화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즉, 금융위가 요구하는 시장(코스피, 코스닥)별 거래세 경쟁,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스템(ATS) 경쟁에 앞서 이에 알맞는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증권거래세(0.3%)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거래세는 선진시장은 물론 아시아신흥국 평균수준(0.2%)보다 높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ATS가 전체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래세가 부담이 돼다 보니 활성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래세는 유동성을 확대하며 해외에서 성장 배경이 된 고빈도 매매가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금융 규제당국은 고빈도 매매에 대해 과도한 시장 효과, 불공정 거래에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중이다.
직원소통에 대한 평가는 중립적이다. 티타임 등 개별 면담은 물론 노사협의회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성과연봉제 반대 등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6월2일 열린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간담회’에서 “거래소와 코스콤, 금융결제원 등 금융유관기관은 업무 특성상 성과연봉제 도입을 보다 진지한 태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강경책을 고수했던 최 전 이사장과 달리 현 이사장의 소통 노력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금융위의 고집을 관철시키려는 회유책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