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 씨가 연루된 체육계 비리를 보고한 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노태강(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특검에 출석했다.
노 전 국장은 이날 오후 1시 27분께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게 외압 때문이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의에 의해 나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조윤선(51)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직을 주고 입막음하려고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는 "그건 회유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4월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승마대회에서 2등을 하자 청와대로부터 대회 관련 감찰 지시를 받았다. 노 전 국장은 판정 시비에 대해 최 씨 측과 대회 주최 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뒤 경질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 말을 들을 당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일을 잘 했다, 못했다'는 말은 들을 수 있는데,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처음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61) 씨가 비선 실세라는 것을 알았는지 묻자 "최 씨 이야기는 별로 들은 적이 없고, 정윤회 씨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노 전 국장을 상대로 정 씨의 승마대회를 감찰한 내용과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 윗선에서 입막음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뇌물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가 함께 경제공동체를 이뤄 재산을 늘린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이영도 전 박정희·육영수 숭모회장은 이날 오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회장은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에 대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육영재단 분쟁 당시 숭모회 회장을 맡으면서 최 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최 씨 일가의 종잣돈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고 질문하자 "특별한 것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한다. 특검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최태민 씨와 일하던 20년 전을 떠올리며 "최순실 씨는 병아리였다. 지금이야 괴물이 돼있지만"이라고 회상했다.
특검은 전날 구속된 남궁곤(56)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과 함께 김종(56) 전 문체부 2차관, 차은택(48) 씨도 이날 함께 불러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