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인 작년 1월 금연을 결심했다. 다들 그렇듯 껑충 뛰어버린 담뱃값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새해를 맞아 건강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친한 친구도 함께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자타공인 ‘골초’인 나에게 금연은 무리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담배를 피운다. 친구도 어림없다. 우리는 만나면 일단 담배부터 꺼낸다.
꼭 1년 전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새해 업무계획 브리핑을 들었다. 당시 시감위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테마주가 난립할 것으로 보고 조기에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시감위가 붙인 ‘길목감시’라는 멋진 이름도 눈에 띠었다. 잘 붙인 이름 덕인지 그날 브리핑 직후에만 어림잡아 약 20건 이상의 기사가 나왔다.
슬슬 잊혀지던 그해 8월쯤 거래소의 보도자료 한 건이 다시 ‘길목감시’라는 표현을 떠오르게 했다. 시감위가 올해 급등락을 보인 12개 테마 134개 종목의 변동성을 근거로 테마주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 내용이었다. 이상했다. 시감위의 공언대로라면 테마주가 힘을 쓰기도 전에 덜미가 잡혔어야 했다. 길목을 감시했는데도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은 길목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거나 엉뚱한 길목에 있었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선거가 있었으니 하반기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반대였다. 이번엔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 테마주 투자자들은 열심히 노를 저었다. 이투데이에는 매주 한 주간 상승·하락 상위종목 목록을 정리하는 ‘베스트&워스트’ 코너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적어도 2~3개월간 해당 코너는 ‘테마주 톱10’이라는 문패를 달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시감위는 또 길목을 지키지 못했다. 내 금연결심 만큼이나 허망한 공언이었다.
나는 올해 금연을 결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올해 대선이 있는 만큼 9일부터 6개월간 ‘정치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확실히 작년에 운영했던 정치테마주 근절 태스크포스(TF)보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지난 2일에는 “불온 정치 테마주 근절 비책 있다”라는 제목의 거래소 시감위원장 인터뷰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작년의 ‘길목감시’보다 훨씬 귀가 솔깃한 표현이다.
금감원과 시감위의 의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치테마주를 완전히 뿌리뽑긴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효과가 있었는지는 매주 ‘베스트&워스트’ 코너가 돌아올 때마다 확인해볼 참이다. 시장의 독버섯 같은 테마주가 줄어들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진짜 금연 결심을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