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수장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날 선 비판에도 멕시코 소형차 생산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속되는 트럼프의 기업 길들이기에 업계가 요동치고 있어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신규 투자를 발표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포드를 극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드디어 원하던 일이 일어났다”면서 “포드·FCA 고맙다”고 적었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기업을 칭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대선 기간부터 취임 이후 ‘기업 때리기’ 수단으로 트위터를 이용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불복한 GM을 의식해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을 거론하며 GM과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취임 전부터 매섭게 몰아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엄포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생산라인을 멕시코로 이전했거나, 앞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거액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즉 미국에서 판매할 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이야기다. 결국 포드는 지난 3일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해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을 받은 일본 도요타도 이날 미국 내 100억 달러(약 12조45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FCA도 전날 총 1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정비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지목을 받지도 않은 FCA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트럼프를 의식한 선제적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트럼프의 엄포를 의식한 결정이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사업적 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트럼프에 강요에 따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바라 GM CEO는 전날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17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멕시코 생산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CEO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 경제 자문단인 ‘전략정책포럼’에서 경제 및 고용정책 자문위원에 발탁됐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멕시코 생산공장에 대해 “2~4년 전에 결정된 고도의 자본 집약적인 투자로 진행되는 장기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바라 CEO는 또 “우리의 원칙은 소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면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을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기업 경영 간섭이 과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CEO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35% 고관세 등 그의 발언에 명확성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트럼프 당선인 측이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으니 우리는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닛산 회장 겸 CEO인 카를로스 곤도 트럼프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려는 업체들에 대해 말 대신 분명한 규칙을 세우고 공평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독일 BMW는 이미 멕시코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공장 건설 계획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