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만 특별히 뇌물공여 혐의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이외에 재단 출연금 관련 의혹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특검의 뇌물죄 수사는 지난달 21일 현판식 이후 줄곧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특혜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검은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앞서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 전반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검이 도입되는 바람에 기소를 못한 부분이 있다며 SK를 지목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다. 롯데, CJ 등은 검찰이 최 씨와 측근들을 기소하는 단계에서 직권남용 대상으로 언급된 기업이다. 하지만 SK는 최 씨 등의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SK에 대한 수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집무실과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관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SK는 최 회장이 사면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대가성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형기를 다 채우지 않고 석방됐다.
특검은 짧은 수사기간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뇌물죄 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삼성 측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먼저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은 6일 오후 임대기(61) 제일기획 사장을 불러 최 씨 일가에 특혜성 지원을 한 대가로 삼성물산 합병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아닌지 캐물었다. 임 사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내용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특검은 최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원본도 확보했다. 특검은 김 전 수석 유족의 뜻을 존중해 비망록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 내용이 담겨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핵심 증거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