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9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은 13분기 만에 거둔 최고 실적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전인 지난해 2분기 8조1144억 원을 크게 웃돈다. 연간으로 볼 때도 29조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도 26조4000억 원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는 갤럭시노트7 단종 충격을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이 충분히 흡수한 것으로, 업계는 잘 짜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공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의 1등 공신이다.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선 반도체 사업에서만 4조5000억~5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3분기 기록한 3조6600억 원이다. 전년 동기였던 2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데다,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겹치면서 호실적을 일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실적 호조를 보이며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LCD 패널 가격 상승과 OLED 수요 증가 덕분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가격 상승, 출하량 증가가 요인”이라며 “전반적인 원달러 상승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실적에 기여한 부분이 컸다고 봤다. 이어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3D낸드와 중소형 OLED 부문에서 독점적 공급을 하고 있다”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소형 OLED를 탑재한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상당한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어려움을 겪은 IM부문의 부활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가는 IM부문이 작년 4분기 2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IM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조8900억 원, 2분기 4조3200억 원으로 승승장구하다가 3분기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간신히 1000억 원 흑자에 머물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북미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4분기에 예년 수준으로 이익폭을 복구해 올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IM부문의 실적 회복은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7’을 대체 모델로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서 인기를 끌었던 ‘블루코랄’ 색상을 ‘S7 엣지’에 적용해 새로 출시,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이밖에 가전 부문 역시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1조 원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영업이익 36조 원을 거둔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는 연간 영업익이 36조 원에서 최대 4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세와 1분기 반도체 가격의 대폭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삼성전자는 연간 실적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