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연말 거래소가 지주회사 전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할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거래소는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등 거래소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지주회사 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했던 계획은 지주회사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기하는 점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난항을 겪었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변수다. 총선과 맞물리면서 개정안은 여야의 힘겨루기 속에 국회에서 표류했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예상치 못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사실상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올해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경수 전 거래소 이사장은 임기 중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지주회사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수혈하며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도 불사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정찬우 이사장 역시 지난해 10월 취임하자마자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을 이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각오가 무색하게 곧이어 관련 TF가 해체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지주회사 전환에 실패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도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거래소의 주장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수익성과 시너지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때 우리의 경쟁력은 한참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반드시 지주회사 전환을 달성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의지만 가깝고 실체는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