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2017년 새해를 앞두고 분야별 전문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년 국제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FT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시작,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과 같은 유럽의 정치 사건들이 내년 세계 정치·경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FT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계획대로 3월 말에 발동하면서 브렉시트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EU 탈퇴 절차를 시작을 요구하는 압박이 한계점에 달했다”면서 “메이 총리가 의회 승인 없이 50조를 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으로 지연될 수는 있지만, EU 탈퇴론자들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곧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이달 초 영국 대법원은 브렉시트 개시에 대한 의회 승인 여부를 심리를 시작했다.
지난해 2016년 전망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실각 가능성을 언급했던 FT는 내년 9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이 4선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립정부의 의석이 줄어들 전망이다. FT는 또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세를 얻고 있으나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표 마린 르펜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현 정치에 환멸을 느낀 노동자 계급이나 실업자들이 르펜을 지지하고,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시장주의 개혁에 반대하는 좌파 표심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수는 있으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떠나 프랑화로 돌아가겠다는 르펜의 공약은 너무 큰 도박이라는 것이다.
FT는 내년 1월 공식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실천 여부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걸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은 상징적인 울타리를 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란 핵협상을 줄곧 비판해왔지만, 당선 후 핵협상을 전면 무효로 하는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는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FT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100일 이내에 푸틴 대통령과 테러단체에 대한 합동 대응을 합의하고 이를 트위터에 밝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차례 도발에 나섰던 북한이 내년 핵 능력을 갖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화두를 던지지만 정작 핵실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신문은 전망했다. FT는 “북한은 올해 두 차례 핵실험과 20번이 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전 세계로부터 우려를 샀으나 이런 상황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보복을 계산하면서 강력한 핵 도발을 통해 ‘국제적 레드라인’을 건너는 무리수를 두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해석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어느 정도 후퇴하겠으나 알 카에다처럼 지역 반군과 연합해 국제사회를 겨냥한 테러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이 올해와 같은 급격한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1.5%가 넘지 않는 선에서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로 내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점쳤다. 유럽 경제의 침체로 이탈리아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등 부실은행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점쳤다.
한편 FT는 작년 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올해 대선에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브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