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입 여직원이 과로사해 물의를 빚은 일본 최대 광고업체 덴쓰의 이시이 다다시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년 1월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이 현재 산업계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자 경영자 책임임을 재차 부각시킨 것이라고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시이 사장은 “당사 직원이 과로로 사망한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지도를 받아 다양한 대책을 펼쳤지만 과로를 줄이는 근본적인 개혁에 이르지 못한 것에 경영자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이 사장과 동석한 나카모토 쇼이치 덴쓰 부사장은 불법 잔업의 원인에 대해 그는 “과도한 품질 지향과 현장주의, 너무 강한 상하 관계 등 고유한 기업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덴쓰와 이 회사 임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10월 조사에 들어간 이후 1개월 반만에 불구속 입건이 결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법 잔업과 관련해 조사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반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만큼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에 정면으로 어긋난 덴쓰 사태에 충격을 받아 강경한 자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생노동성은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는 기업 사명 공개 기준도 종전의 ‘월 100시간 이상’에서 ‘월 80시간 이상’으로 조정하고 불시 출입 조사 등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를 졸업하고 덴쓰에 입사한 24세의 다카하시 마쓰리는 한달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를 견디다 못해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도쿄 사택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다카하시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전면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덴쓰는 과로사 파문에 오후 10시 이후 전체 소등 등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CEO의 책임이 매우 무겁고 체제 일신을 통한 재출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이시이가 사임을 발표하게 됐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생산성 향상이 절대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아베 신조 총리는 여러 차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은 재택근무와 탈시간급 제도 등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일본의 노동 생산성은 20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