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중 20% 이상에서 실제 주가보다 목표치가 1.5배 이상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가 현 주가의 1.7배를 넘어 2배 수준으로 높게 책정된 곳도 13곳에 달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 종목 328개 중 69개의 목표주가가 현 주가(23일 종가)보다 1.5배(50%)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종목은 목표 주가가 현재 주가의 1.7배를 넘었다.
328개 종목의 현 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 평균치는 37.16% 수준이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30선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대내·외 충격으로 1900선으로 하락 시 괴리율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덱스터, BGF리테일, 선데이토즈는 현재 주가와 목표주가가 두 배 이상 차이 났다. 지난 23일 덱스터 종가는 9100원이었으나 증권사들이 목표치로 제시한 가격은 2만3833원이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분석하는 종목 중 다수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만큼 목표치가 제시된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가 222개로 코스닥 상장사(106개)보다 두 배 많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목표치 ‘뻥튀기’는 투자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고질병으로 지적받아 왔다. 과도하게 높은 목표주가는 물론이고 종목 ‘매도’ 의견도 극히 드물어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실효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증권사 40여 곳에서 작성한 애널리스트 리포트 13만9826건 중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3067건(2.2%)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수익구조상 고객사인 상장사나 기관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우호적인 평가만 나오는 상황”이라며 “애널리스트가 양심적으로 평가를 해도 윗선에서 은근한 압력을 행사해 매도 의견이 중립으로 바뀌거나 평가가 보류된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상장사 H사의 사업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낸 후 H사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만나 실제 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이 클 경우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수정을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도 애널리스트의 활발한 매도 의견 제시 등이 논의 안건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조치에 대해 반가움보다는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다수 증권사는 리포트에 실제 주가 대비 목표주가의 상승률 현황을 적시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적다”며 “주가 수준만 두고 수정을 권하는 것은 또 다른 외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