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한류가 브랜드화하고 있다

입력 2016-12-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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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류가 브랜드화하고 있다. K-팝(K-pop)과 드라마, 그리고 디지털 게임 등이 북미와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한류 팬 사이에서 한류는 이제 단순한 지역 문화가 아닌 세계적인 문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한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국내 문화 산업의 급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 상품의 아시아 수출이라는 의미로 통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들어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한류 콘텐츠의 다양화, 즉 기존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위주의 한류에서 K-팝과 디지털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이 한류 주역으로 발전하면서 신한류로 발전하고 있다. 한류 소비 역시 기존의 아시아가 아닌 북미와 유럽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주 소비자층이 기존의 30 ~ 40대 주부에서 10대, 20대와 같은 젊은 층으로 확대되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서구 팬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즐기면서 과거 미국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남미 음악 등을 문화 브랜드로 인식했던 것처럼 한류를 문화 브랜드로 여기고 있다.

글로벌 팬들이 신한류를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소 때문이다.

첫째, ‘기술적 접근성’을 들 수 있다. 신한류 콘텐츠는 텔레비전 채널이나 영화관 등에서 즐기거나 CD나 DVD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던 기존 한류와는 달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미국과 캐나다 국민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가까이 된다. 그런데 청소년층은 사실상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다. 이들은 K-팝이나 한국의 모바일 게임, 그리고 ‘런닝맨’이나 ‘슈퍼스타 K’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즐긴다. 이들에게 한류는 ‘소셜 미디어로 즐기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내용 면에서 ‘한류 콘텐츠의 비순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순수성이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한국 또는 아시아적인 문화 요소와 서구의 문화 요소를 혼합한 것을 일컫는다. 한류 팬들은 “콘텐츠의 비순수성이 한류와 접할 때 연상되는 브랜드 가치”라며 “한류가 한국의 전통과 한국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 문화와의 ‘혼종화’를 통해 서구 팬들도 이해하기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구 팬들은 또 “한류 콘텐츠는 미국 등 서구 문화에서 나타나는 폭력, 마약, 섹스 등과 같은 요소를 배제하고, 스토리 전개에서도 상호 배신과 음모 등을 다루는 대신 선과 악의 단순한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밝고 빠른 전개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선호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셋째, ‘한류의 문화 정치’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서구 팬들이 한류를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한류 전파가 검열과 통제를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한류 팬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관 등을 통해서 보게 되는 기존의 한류 콘텐츠는 정부의 검열이나 광고주들에 의한 통제 때문에 왜곡된 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한류 콘텐츠는 이러한 검열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따라서 창의성이 존중되는 대중문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정부 주도의 지나친 간섭이나 기업 주도의 문화 상품화는 자칫 한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한류의 브랜드화는 앞으로도 기술적 접근성, 콘텐츠의 비순수성, 그리고 문화 정치라는 측면이 함께 상호작용할 경우 더욱 강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로벌 팬들은 신한류의 브랜드화는 결국 콘텐츠의 우수성에 기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한류 생산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특화된 웹 드라마, 모바일 게임, 그리고 웹툰 등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더 창의적인 공간에서 발전시키는 것이 한류의 브랜드화와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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