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이날 국회에 집중된 열기는 활화산 만큼이나 뜨거웠다. 국회는 방청석 266석 중 166석을 취재진과 정당 관계자에게 선착순 배부했고, 100석을 일반인 방청에 할당했다. 입장은 본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뤄졌다. 특히 노란점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 40명은 중앙에 자리했다. 이들의 목에는 아이들의 학생증이 걸려있었다.
유경근 세월호 집행위원장은 “탄핵은 단순히 박 대통령을 쫓아내는 탄핵의 의미를 넘어서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기 시작하는 첫 출발점”이라며 “탄핵 이후에 하루빨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표결에 앞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 다섯 가지와 주요 법률위배 사항 세 가지 등을 읽어 내려갔다.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김현아·정유섭·정태옥·조훈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오영훈·전재수 의원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 8명의 감표의원을 발표했다. 이어 국회 의사국장이 투표방법을 안내했다.
표결이 시작되자 장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본회의장 양 옆에 마련된 기표소에 시선을 고정시킬 뿐이었다. 왼쪽 기표소의 1번 타자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오른쪽 기표소의 1번 타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였다. 이들을 시작으로 여야 의원들은 긴 줄을 선 끝에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여야 감표위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착석했다. 투표 줄이 점차 짧아지자 방청석은 웅성거렸다. “가결이야, 부결이야?”. 표결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높아졌다.
투표는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개표 결과 299명 중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56명이 반대, 2명이 기권을 했다. 무표효는 7표로 집계됐다. 이내 정 의장은 의사봉을 들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을 선포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국회의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칭찬과 함께 “새누리당은 해체하라”는 경고가 섞여 나왔다.
정 의장은 “오늘 탄핵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엄중한 상황을 바라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 마음 또한 한없이 무겁고 참담할 것”이라면서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