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아침, 말끔한 차림의 신입사원이 나를 보며 씩씩하게 인사한다. 추운 날씨 탓인지 흐릿했던 정신이 바짝 돌아오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회사 사옥에 신입사원들이 배치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사뭇 밝아졌다. 젊은 패기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은 차치하더라도 눈만 마주쳐도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고, 필요한 게 없는지 먼저 말을 건네는 모습이 듬직하기만 하다.
2005년 12월, 나는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4주간의 합숙 교육기간 동안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며 회사의 문화를 배우며, ‘건강사회 건설’이라는 기업 정신을 공유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나의 포부를 이곳에 온전히 쏟아놓겠노라 맹세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소주 한 잔 권하며 어깨를 다독거려 주던 선배들의 격려가 힘이 됐고, 나도 언젠가는 선배들처럼 유능해지리라 다짐했었다.
어느덧 12년 차. 선배가 만들어 놓은 따뜻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후배들과 동료를 위해 더욱 견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
얼마 전 해결되지 않는 업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다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직장인 권태기,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가 됐나 싶었다.
직장생활이 힘들 때 입사 당시의 이력서를 들춰보면 도움이 된다는 말이 떠올라 옛 파일을 뒤졌다. 그때의 나는 지금 모습에서는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열정과 패기,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실패하되, 좌절하지 않는 용기가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범한 마인드로 1%의 가능성을 살리는 영민함도 있었다.
신입사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 11년 전의 나에게도, 그리고 주변에 어깨를 늘어뜨리며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에게도 그날은 있었을 것이다.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신입사원을 보면서 11년 전의 나로 되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