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신 정치로 경제가 살아날까

입력 2016-12-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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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부 기자

유권자는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 둘 중 하나를 근거 삼아 표를 행사한다. 과거 후보자가 쌓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표를 던지면 회고적 투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선택하면 전망적 투표다. 회고적 투표는 ‘심판’이라고 일컫는다. 도널드 트럼프는 기득권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친월가 정치인’이라 규정하고, 그 틈을 파고들었다. 유권자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 같은 클린턴 대신, 정치로 보여준 것 하나 없지만 스스로 비주류라고 자처하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정식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기득권을 심판하겠다는 당선인의 목소리는 공허해졌다. 트럼프가 내각을 기득권의 상징인 월가 출신 인사들로 꾸리면서부터다. 인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듯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부의 실체를 드러낸다. 인사를 통해 정부의 철학을 읽는다는 말은 그 뜻이다. 월가에 오래 몸담은 사람을 재무 장관, 상무 장관 후보에 각각 앉힌 트럼프 내각의 철학은 뻔하다. 금융 규제를 풀어 금융권과 대기업 밀어주기에 집중할 것이다.

단순한 말 바꾸기가 문제가 아니다. 비판의 핵심은 대선 기간에 월가를 비난했다가 이제 와서 월가 사람들을 요직에 기용한다는 괘씸함, 그 이상이다. 자신이 어떤 열망을 안고 당선됐는지를 잊은 행보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의 피해자는 서민들이었다. 불황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건 그 노동자들이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중북부 공업지대)의 서민들 표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트럼프는 3~4%의 경제 성장률과 임금 인상,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했다. 유능한 월가 출신 인사들이 이 공약들을 성공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는 정치의 결과다. 반(反)기득권을 외쳤던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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