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AI, 살처분이 능사인가

입력 2016-12-06 10:25 수정 2016-12-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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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재앙은 하나로 그치지 않고, 잇따라 온다는 의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최근에는 신종 H5N6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 농가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AI를 보면, 화불단행이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대표하는 한자성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지난 10월 AI 바이러스 첫 검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전국의 닭 오리농장 101곳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 5일 현재 전국 농가에서 살처분 된 닭과 오리는 338만 마리에 이르고, 앞으로 66만 마리가 더 살처분될 예정이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신종 H5N6 고병원성 AI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경찰력을 동원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AI 사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에서는 지난 2002년 AI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시 발생한 AI로 농가에서 키우던 가금류 50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관련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AI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12월~2004년 3월 10개 시?군 19곳에서 H5N1형이 발병, 닭과 오리 등 528만 마리가 살처분된데 이어, 2006년 11월~2007년 3월에도 H5N1형이 발병해 닭과 오리 등 280만 마리를 처분했다.

또 2008년 4월과 2010년 12월~2011년 5월에도 H5N1형이 발병, 수 천마리에 이르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AI로 인한 전국 농가의 수난시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1~7월과 2014년 9월~2015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H5N8형이 발생, 가금류 약 1400만 마리가 살처분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발생한 H5N6형 AI의 경우 피해 정도나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과거 규모를 능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AI 확산의 원인을 철새에게 떠 넘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AI 발생 농가 가금류 살처분과 주변 소독, 차량 이동 제한 등의 기본 조치를 취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이 말인 즉, 또 다시 AI가 발생하더라도 가금류에 생계를 건 전국 농가는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살처분과 차량 이동 제한 등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는 말과 같다. 참으로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이 아니라 ‘사전약방문(死前藥方文, 사람이 죽은 전에 약을 짓는다)’식 처방을 내릴 수 없는 것일까. 실례로 AI가 빈번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AI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발생하면 가금류에 대한 즉각적인 살처분과 차량 이동 제한은 기본이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AI를 미연에 차단하고,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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