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넘긴 3일 오전 400조5000억 원 규모의 201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원안 대비 2000억 원 줄어들었다.
올해 예산안보다는 총지출(386조4000억 원)대비 3.7%(14조10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포함한 총지출(395조3000억 원)에 비해서는 1.3% 늘어난 수준이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개 분야별 현황에서 보건·복지·고용(130조 원→129조5000억 원), 문화·체육·관광(7조1000억 원→6조9000억 원), 일반·지방행정(63조9000억 원→63조3000억 원) 등 3개 분야 예산은 정부안 대비 줄었다.
반면 교육(56조4000억 원→57조4000억 원), 연구·개발(19조4000억 원→19조5000억 원), 산업·중소·에너지(15조9000억 원→16조원), SOC(21조8000억 원→22조1000억 원), 농림·수산·식품(19조5000억 원→19조6000억 원), 공공질서·안전(18조 원→18조1000억 원) 등 6개 분야는 증액됐다. 환경(6조9000억 원), 국방(40조3000억 원), 외교·통일(4조6000억 원) 등 3개 분야는 총액의 변동이 없었다.
◇ 줄인다던 SOC 예산 늘리고 최순실 예산 줄이고= 국회는 정부가 대폭 삭감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대폭 늘렸다. 애초 정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 1조9000억 원 줄인 21조8000억 원을 편성했으나, 국회는 이보다 4000억 원 가량 늘어난 22조 1000억 원을 의결했다. 올해와 비교하면 6.6% 확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서해선 복선전철 예산을 정부안보다 650억 원 증액한 5833억 원, 이천-문경 철도건설 예산을 정부안대비 150억 원 늘어난 2876억 원으로 확정했다. 보성-임성리 철도건설 예산도 2211억원으로 확정, 650억 원을 증액했다.
서민생활 지원 예산도 크게 늘었다. 국회가 복지 예산 규모를 대폭 줄였음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긴급복지 예산은 정부안보다 100억 원 늘어난 1113억 원으로 의결했고, 장애인연금 예산과 장애수당 예산도 각각 정부안 대비 50억 원, 45억 원 늘렸다. 경로당 냉난방비·양곡비 지원 예산은 301억 원으로, 쌀소득보전 변동직불금은 5000억 원 늘어난 1조4900억 원으로 편성했다.
노인 일자리 지원단가도 20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올려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인상했다. 관련 예산 총액은 4662억 원으로, 정부안보다 262억 원 확대했다. 장애인 일자리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138억 늘어난 814억 원이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1965억 원 증액했다.
이에 반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예산으로 분류된 세목은 대폭 감액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 3570억 원 중 1748억 원을 삭감했다. 코리아에이드(ODA) 사업도 144억원 중 42억 원을 깎았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업무지원비 가운데 특수활동비 147억 원 중 12억 원을 줄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조경제 관련 사업 상당수는 보류했다.
◇ 거물급 의원 지역구 예산 올해도 증가= 올해도 힘깨나 쓴다는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중심으로 증액이 이뤄졌다.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으로 약 40조 원 규모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순천에선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 예산 6억3000만 원, 순천만 국가정원 관리 예산 5억 원이 증액됐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군에도 공주박물관 수장고를 건립 예산 7억6000만 원이 늘어났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는 ‘자기유도·공진형 무선전력 전송산업 기반 구축사업’ 예산 10억 원이 증가했다.
야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서울 광진을)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호남비전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전남에서 4376억 원, 전북에서 800억 원을 증액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전남 목포)도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예산 655억 원, 남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청사신축 비용 10억 원, 목포시 보훈회관 예산 2억5000만 원을 각각 증액했다.
◇ 고소득 근로자 쥐어짜 누리과정 예산 충당= 이번 예산안의 특징 중 하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야당이 계속해서 정부 부담금을 늘릴 것을 요구해온 사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새누리당은 법인세를 동결하는 조건으로 일반회계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입을 받는 3년 한시의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정부는 특별회계의 내년도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의 45%인 8600억 원을 부담키로 확정했다.
소득세 인상을 반대해 온 정부와 새누리당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키로 한 것도 바로 이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예산부수법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은 현행 38%에서 40%로 2%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다. 현행 소득세법 최고세율은 연간소득 1억5000만원 초과구간에서 38%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연소득이 6억 원 이상이면 200만 원, 8억 원 이상이면 800만 원, 10억 원 이상이면 1000만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적용대상자는 근로소득 6000명, 종합소득 1만7000명, 양도소득 2만3000명으로 총 4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효과는 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