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뉴욕에서 ‘초당(The Grass Roof)’이라는 영문 장편 소설이 출간됐다. 한국인이 한국을 배경으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써서 성공을 거둬 주목받은 작품이다.
2부 24장으로 구성된 ‘초당’은 ‘한국계 미국인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강용흘(1903.6.5~1972.12.2)이 출생부터 도미하기까지의 삶을 회상하듯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제목 ‘초당’은 유성원(柳誠源, ?~1456)의 시조 ‘초당에 일이 업서…’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 전통가옥을 상징하며 한국적인 삶이 극명하게 표현돼 있다. 구겐하임 상, 금세기의 책(The Book of the Centry) 상 등을 수상했으며 독일, 프랑스 등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한국어로는 1947년 제1권만 번역, 간행되고 제2권은 번역되지 못했다.
함흥 영생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3·1운동 후 중국, 일본 등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의학을, 하버드대학에서 영미문학을 전공했으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편집위원으로 일하면서 창작활동을 했다.
강용흘은 뉴욕대학 등에서 ‘동양 문화와 비교 문학’을 강의하면서 소설 ‘행복한 숲’, ‘동양인이 본 서양’과 희곡 ‘왕실에서의 살인’ 등을 발표했다. 광복 직후 귀국해 미 군정청 출판부장, 서울대 문리대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펄 벅은 그를 ‘동양의 가장 빛나는 예지’로, 토머스 울프는 ‘자유롭고 생기 있는 타고난 시인’이라고 격찬했으며 유럽의 권위 있는 ‘20세기 작가 사전’에 수록돼 한국인 작가 최초로 전 세계에 널리 소개됐다.
작품 소재를 항상 한국에서 구한 ‘영원한 한국인’이었던 그는 1968년에 50년간 수집한 장서 5000권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1970년 국제 펜클럽 서울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