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대출금은 작년 말보다 무려 5조5976억 원 증가했다. 돈 빌릴 곳이 없는 서민들이 20%가 넘는 고금리도 마다하지 않고 저축은행을 선택한 결과다.
지난 10월 저축은행의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23.05%다. 500만 원을 빌렸으면 115만 원이 넘는 돈을 이자로 내야 한다. 같은 돈을 은행에서 빌렸다면 21만4000원(4.28%)만 부담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는 2014년 12월 7.43%, 작년 말 6.31%, 올해 10월에는 5.9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순서대로 3.33%, 3.12%, 2.89%로 낮아졌다.
저축은행 이외에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의 금리는 올해 9월 2.94%에서 10월 3.01%로 상승했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3.10%에서 3.13%으로 올랐다.
문제는 2금융권을 이용하는 상당수의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비중은 ‘7등급 → 8등급 → 5~6등급 → 9~10등급 → 1~4등급’ 순으로 높다.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은 곧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서민의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금융 부문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는 투기적 수요 억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떠밀리며 자영업자라든지 서민들이 금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가구가 우려되는데, 경기가 갑자기 안 좋아질 경우 실업자가 늘거나 소득이 많이 줄어들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리스크가 당면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잠재적인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업계, 서민 모두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저축은행의 건전성 감독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했다. 연체율 기준(연체 2개월 미만 ‘정상’ → 연체 1개월 미만 ‘정상’),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등을 강도 높게 변경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에 열린 ‘제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은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내외 불안 상황에 대비해 발 빠르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규복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중소형 지역금융기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대형과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 등 일관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