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이후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으나 금리 상승이나 가계 소득증가 둔화 등의 충격요인이 발생할 땐 단기간에 가계부채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24일‘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담이 단기간 내에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014년 8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완화 이후 가계부채 증감 패턴을 분석하고 거시경제 충격에 따른 가계의 재무건전성 변화를 점검하기 위해 작성됐다.
김 연구위원은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이후 가계부채 총량이 빠르게 증가했으나 이를 주도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고소득층에 해당된다”며 “여기에 대응자산도 보유하고 있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들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소득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DSR(채무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비율이 단기간 내에 상승하면서 가계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규제완화 이후 LTV 비율이 크게 상승한 가구일수록 사업자금마련, 부채상황, 생활비 마련 대출 등의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만일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5% 정도 하락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충격이 생길 때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015년 기준으로 1140만 원에서 14% 늘어난 1300만 원으로 추정했다.
또한 주택가격이 5% 하락하는 경우 LTV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의 비중이 현재 6.5%에서 10.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가계부채가 전년대비 증가한 가구비율이 2013년 초 35.5%에서 2015년 초에는 29%로 감소했으나 이들 가구의 평균 총부채 증가액은 연평균 3640만 원에서 4470만 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고서는 2014~2015년 사이의 가계부채 증가의 약 55%는 거주주택과 부동산 마련을 위해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직전 같은 기간인 2013~2014년에 23% 비중보다 크게 급증한 비율이다.
김 연구위원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가계부채를 차입한 2년 전과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30~40대의 특정연령대를 중심으로 부채를 차입하는 모습”이라며 “2014~2015년 가계부채 증가액 중 가계소득 상위 20%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크게 확대된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2분위 가구의 비중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