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국민담화로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연대’를 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 속 정치권의 논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퇴진 시점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등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국회 결정에 맡겼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에 맞춰 이번 주 중 특검 변호인단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특검 준비에 착수한다.
1일 국회 및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 자신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선택한 박 대통령은 늦어도 2일까지 현재 자신을 변론 중인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4∼5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특검 수사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내일 중으로 변호인단 명단이 발표되며, 일부는 벌써부터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단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특검의 직접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대면조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특검수사를 의혹 해명을 위해 전방위적 여론전을 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또는 논설위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형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7시간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고 사퇴 결단에 대한 ‘진정성’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기자회견에 대해 “시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탄핵 추진과는 무관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소상히 말씀드린 게 없으니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지 주목된다. 비박계 의원들은 오는 9일까지 박 대통령의 사퇴 시한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탄핵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정 대변인은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2월 말 또는 4월 말에 물러나는 게 적당하다고 언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말씀을 들은 적은 없다”면서 자신의 퇴진 일정과 방법을 국회에 일임한다고 밝힌 입장에서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