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회사채 쇼크…취약업종 기업들 ‘돈맥경화’우려

입력 2016-12-01 09:24 수정 2016-12-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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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운ㆍ건설 “회사채 차환 발행 힘들어 또 국책은행만 바라보는 신세”

취약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ㆍ해운ㆍ건설사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뛰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주 물량이 얼어붙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영업 환경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공사 수익의 적합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에 3분기 검토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조선업종은 내년 자체 현금 창출력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직접금융(회사채+기업어음)을 갚지 못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 회사들이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은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 거론과 같은 정치적 환경이 조선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이란 얘기다.

중소 조선사의 경우 파산이 예견되고 있다. 회사채 발행과 같은 현금 조달 창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SPP조선의 경우 재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내년 폐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동조선도 내년 10월 수주 받은 선박을 모두 인도하면 물량이 바닥나는 상황이다.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금액 증가도 기업 환경에는 악재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미청구공사 총액은 2조 원에 달한다. 이는 매출액 대비 18.0% 수준으로 대형 종합건설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해외 사업장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높은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손실 반영은 늘어나거나 재무제표가 정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안진회계법인은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3분기 재무제표 검토에 대한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대우건설의 1년 내 만기 도래 사채는 4000억 원 수준이다. 자체 현금 보유와 영업 활동으로 아직까지는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손실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회사채 차환은 어려워질 수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수화된 회계법인들의 스탠스가 건설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주산업의 4분기 실적은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국내외 주요 현장의 회계실사를 실시하며 2016년 연말 회계감사에 돌입했다”며 “근거자료 소명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종도 내년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해운 얼라이언스인 2M 가입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2M 가입은 조만간 성사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해운 물동량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점도 해당 산업에는 발등의 불이다. 자체 신용도로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이 여전히 쉽지 않다. 조선 업종과 마찬가지로 해운 산업도 내년 정부의 지원에 상당 부문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회사채 시장은 비우량채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미 있는 시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량채 차환 위주의 발행 시장이 전개되면서 전반적으로 무색무취한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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