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타계로 오히려 쿠바와 미국 양국 국교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반세기 만에 간신히 정상화 절차를 밟는 양국 관계가 다시 급랭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향년 90세로 타계했다. 1959년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에 공산 정권을 세운 카스트로는 남미 사회주의 지도자 중 대표적인 반미 인사였다. 지난해 자신의 동생이자 후임자인 라울 카스트로가 1961년 이후 54년 만에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직후에도 “나는 미국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카스트로의 사망으로 일각에서는 쿠바와 미국의 양국 국교 회복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선과 카스트로의 타계로 양국 모두 중대한 정치적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양국의 국교 회복 진척도 불투명해졌다고 2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이는 대선 기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였던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비판해온 트럼프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 9월 플로리다 마이애미 유세에서 쿠바가 정치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교 정상화 행정명령을 뒤집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를 이어가려면 쿠바 내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수석 자문관인 켈리엔 콘웨이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쿠바와의 관계 재설정에 개방적이지만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쿠바계 출신이자 트럼프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정부의 대(對)쿠바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그동안 카스트로 정권에 양보한 것을 철회하는 것이 1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