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박근혜 정권의 개입을 통해 최종 선임된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투데이는 앞서 당시 한 면접관이 “추천위원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안종범 전 수석이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인 강 본부장을 민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위원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25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에 따르면 강면욱 현 기금운용본부장은 서류 평가에서 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실시한 면접 대상자 기준으로도 강 본부장은 권재완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이동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자문관, 정재호 새마을금고 CIO보다도 점수가 밑이었다. 그러나 면접 이후 강 본부장이 최종 1위를 기록, 차기 본부장으로 추천됐다.
당시 서류 평가 점수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한 후보는 “강 본부장을 선임하기 위해 그보다 점수가 높은 후보를 의도적으로 면접에서 제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서류평가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도 “참고 자료로만 활용할 거면 왜 서류 평가 점수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면접관은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현준 보건복지부 국장, 박종백 태평양 변호사, 최두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었다.
강 본부장 역시 처음에는 안 전 수석을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 “성균관대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연에서 한 번 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 전 수석 등 성균관대 출신 당선자 축하연은 2012년 5월 3일 해당 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당시 축하연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건배사 제의는 ‘충성’과 ‘함께하자’가 주였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의 낙하산 인사 의혹과 함께 최근 국민연금이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내부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한 운용역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서 그 누구가 국민연금 기금본부를 지원하려 하겠냐”고 토로했다.
정권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은 이 기관의 역할이 커지는 것과 연관이 깊다. 전임 국민연금 기금운용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자리가 높지 않은 자리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점과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정권에서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강 본부장의 선임과 관련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는 추천위원회 서류심사 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강 본부장은 합리적인 리더십과 소통 능력 및 탁월한 영어 구사능력 등으로 글로벌 감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