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미국 본사의 로저 다슨 부회장(CRO)이 최근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안진회계법인은 세계 1위 회계ㆍ컨설팅그룹 딜로이트의 한국 파트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슨 부회장은 이달 둘째 주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찾아 박희춘 회계전문심의위원 등 회계 관련 관계자들을 만났다.
다슨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안진회계법인의 품질관리 강화 노력과 컨설팅 업무의 분리 방침 등을 금감원에 설명했다. 금감원은 올해 6월부터 대우조선해양 감리와는 별도로 안진회계법인의 품질관리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금감원의 여러 조사가 진행되면서 다슨 부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개선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다슨 부회장이 안진회계법인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한 감리를 벌이고 있다. 최종 결과는 내년 1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윤곽이 정해지기 전에 다슨 부회장이 국내 조사 당국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진회계법인의 처벌 수위에 따라 딜로이트는 국내에서 다른 파트너사를 찾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다슨 부회장과는 안진회계법인 감리 결과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슨 부회장은 지난주에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관계자와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법인 처벌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내준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 등)로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배모 전 이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이사는 2013∼2014 회계 연도 외부감사를 진행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이중장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냈다. 대형 회계법인 임원이 대기업 부실 감사와 회계 사기 개입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