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과 수십만 명이 함께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장관이다. 굳건한 연대다. 간절한 열망이다. ‘걱정 말아요 그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 농단에 분노하며 모여든 수많은 사람의 손을 잡게 했고 민주주의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싸움에 동참하게 했다. 수많은 촛불로 채워진 11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다.
“…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마음까지…”
지난 7월 이화여대 본관에서 울려 퍼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이화여대 학생들이 1600여 명의 경찰에 맞서며 불렀던 노래다.
‘다시 만난 세계’가 11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부산 서면, 광주 금남로 등 전국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새로운 세계의 희망을 전했던 ‘다시 만난 세계’는 촛불 집회장에선 불공정과 비리가 판치는 세상에 대한 결연한 저항이자 정의가 바로 서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의지 표명의 노래로 의미를 전환했다.
대중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고 사랑의 달콤함과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던 대중음악이 2016년 촛불 집회장에선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정의가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대열에 합류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중음악은 노래의 문체와 문법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생활태도, 그 시대의 정신과 기호를 반영한다. 노래는 시대의 감정을 극대화한 것으로 한 시대의 기쁨이고 슬픔이었으며 위안이다.” 서영처 계명대 교수가 저서 ‘노래의 시대’에서 적시한 대중음악의 효용가치는 유효하다. 또한, 대중음악은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경험을 드러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야 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요즘 촛불 집회장에서 불리는 노래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질타하는 신곡은 시대의 문제와 상황을 적시하며 민의에 조응하는 사회의 공용어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분 무슨 생각하실까/생각이나 할까/권력이란 무상한 것/… 늙어 숨어 사는 것 끝이 초라한 것…” 안치환이 신곡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통해 권력욕에 사로잡힌 박근혜 대통령을 통렬하게 질타한다. “…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이승환, 이효리, 전인권은 ‘길가에 버려지다’를 부르며 촛불이 꺼질세라 언 손으로 감싸쥔 이 땅의 국민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사기꾼이 다해 먹는 세상/ 도둑놈이 숨지 않고 떵떵거린 세상/…put u r candle/put u r candle higher…” 조PD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신랄하게 일갈한 ‘시대 유감 2016’을 열창한다.
노래는 순수이며 공감이고 멋진 꿈이자 강렬한 욕망이다. 그리고 노래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기도 하다. 노래는 부정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총보다 강한 무기다. 그래서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래 듣기도 권한다. 특히 2016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한 초등학생이 부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