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상황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1987~2006년 연준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그런 상황 외에도 불안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나팔바지와 통굽 신발처럼 1970년대를 상장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나팔바지와 통굽 신발같은 복고풍 붐이 다시 이는 것처럼 스태그플레이션도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그린스펀은 최근 우려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 15일 미국기업연구소(AEI) 회의에서 “아직 완전히 그 상태가 된 건 아니지만 그것(스태그플레이션)에 접근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 생산성과 기업 투자 침체에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막 다른 골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태그네이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스태그플레이션은 초기 단계에 있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재 인플레이션은 두 자리에 도달한 1970년대 수준을 크게 밑돈다. 원유 의존도도 1970년대보다 크게 낮아졌다. 당시는 고유가의 영향으로 경제 전반의 물가가 급등했었다.
20년 가까이 금융 정책을 주도해 온 그린스펀은 인구 동태에 비관적이다.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사회보장 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을 삭감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계속 과거 수준을 밑돌고, 부채는 증가하고 생산성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미국에서 재정 지출 감소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공화당 출신인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권 시절 연준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무역·이민 제한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생산성 향상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장래를 얼마나 엄격하게 보고 있는지를 단지 “정치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간결한 말로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