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양성평등 증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를 형성하고 정책을 실현하려면 리더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중간관리자와 조직원들의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외 젠더 전문가들의 성평등 사회실현을 위한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난 18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주최로 제13회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에 앞서 민무숙 양평원장은 연사로 나선 조안 로티 국제노동기구(ILO) 교육센터 프로그램 수석담당관, 코토 카노 일본 국립여성교육센터 객원연구원(전 유네스코 네팔 사무국 대표)과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안 로티 ILO 수석담당관은 “남성을 양성평등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지난해 ILO 연구센터에서는 ‘남성과 남성성’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시작했고 남성과 함께 교육을 진행해야 인식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ILO에서는 1990년대 후반 여러 조직이 젠더와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를 기획할 때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젠더감사 제도를 만들었고 남성과 관련된 것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조안 로티 수석담당관은“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 변화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젠더감사를 수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외에 여러 가지활동을 하면서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무숙 원장은 국내에서 시행 중인 성별역량분석평가 제도가 젠더감사와 닮아있다면서“한국에서도 남성의 양성평등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고 나 역시 이 기관에 와서 남성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안 로티 수석담당관은 젠더 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의 마인드가 중요함을 지적했다. 특히 젠더감사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직책을 중간관리자로 꼽으며 “자신의 조직에서 양성평등을 도모해야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탑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이 뿐만 아닌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 구조를 취재 조직원이 원하는 지원내용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아베 신조 정부는 양성평등 관련 정책을 경기부양 정책 일부에 포함시켰다. 여성의 임파워먼트(책임, 권한부여) 정책도 경제 성장전략에 포함돼 있다.
코토 카노 일본 국립여성교육센터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남성 리더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성리더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 기업 최고경영자 레벨의 남성들이 모여 양성평등 증진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젠더는 여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도 해당된다는 것을 올바로 이해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성 리더가 혼자 양성평등을 주창하면 고립되기 쉽다. 더 많은 남성 리더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힘이 모아져 지속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무숙 원장은 “한국은 일본의 상황이 닮아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은 높지만, 결과를 성취하는데 있어서 여전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도 적극적인 조치로 남녀고용평등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는 우수 기업 리스트도 공표할 것이다. 앞으로 두 기관(ILO, 일본 국립여성교육센터)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정책적으로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