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61) 회장 등 총수 일가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부인 서미경(57) 씨 법정 출석 여부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서 씨와 신 총괄회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지를 알려달라고 변호인들에게 요청했다. 서 씨는 현재 검찰 소환에도 불응하며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정신 이상 등을 이유로 한정후견인이 지정돼 항고심 재판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또 이 법원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는 신영자 이사장 사건을 재배당 받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신 이사장은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네이처리퍼블릭 등을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해주는 대가로 총 35억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이날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다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변호인은 “관련 기록이 방대하다”며 “다음 준비절차까지 시간을 많이 달라”고 했다. 신 회장 측도 “자료 복사는 마쳤으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 요청에 따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12월 22일로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1249억 원대 배임과 5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신 회장은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774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화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동원해 47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500억여 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858억 원의 탈세, 508억 원 횡령, 872억 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피에스넷 비상장 주식을 30% 비싸게 호텔롯데 등에 넘겨 총 94억여 원의 이득을 얻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신 전 부회장은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롯데그룹에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391억 원 상당의 급여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