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패닉에 빠진 가운데 주요 IT 기업의 수장들이 ‘트럼프 쇼크’ 수습에 나섰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대선 결과로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회사의 핵심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쿡 CEO는 이날 서한에 직접적으로 트럼프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가야 할 유일한 길은 함께 가야한다”면서 “향후 불확실성에도 애플의 지향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는 그간 트럼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인재 수혈을 통해 성장해온 실리콘밸리는 이민자를 배척하는 트럼프의 공약을 반대해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이날 애플을 비롯해 페이스북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 IT 대장주는 일제히 1~2%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에 트럼프는 ‘악몽’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그 중 트럼프가 가장 크게 마찰을 빚어온 기업인 애플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의 승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 중에 애플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트럼프는 아이폰의 정보 공개를 두고 연방수사국(FBI)의 테러 수사에 비협조적인 애플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쿡 CEO는 공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를 밝히며 트럼프와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메시지에서 “날 수 없다면 뛰고, 뛸 수 없다면 걸으면 되고 걸을 수 없다면 기어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생김새가 어떻든 어디에서 왔든 무엇을 숭배하고 좋아하든 관계없이 직원들의 다양성을 포용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당선에 대해 언급했다. 베조스는 “나는 최대 마음을 열고 그를(트럼프) 대할 것이며 그가 미국을 위해 성공적인 임기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조스 역시 트럼프와 악연이 깊다. 트럼프는 베조스가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것을 비판해왔으며, 보수매체였던 WP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가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대선 당시 트럼프를 수세로 몰아넣었던 음담패설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도 WP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날 자신의 SNS에 11개월된 딸 맥시마까지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맥스를 안으면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일은 누가 집권하는가보다 더 큰 일이며 전진은 직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