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번 대선 유세기간 내내 오바마의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민개혁과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 월가 규제안인 도드-프랭크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합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오바마 정부가 8년간 이룬 성과의 대부분을 부정하면서 폐기 또는 수정을 약속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자신이 했던 극단적인 공약 중 일부를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공약의 대부분이 오바마와 정반대 스탠스이기 때문에 일부 철회를 감안하더라도 오바마 레거시의 상당 부분이 백지화될 수 밖에 없는 것.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미국 남북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한 ‘취임 100일 구상’을 밝히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모든 비헌법적인 행정명령과 지시들을 취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추진했던 이민개혁이 ‘말짱 도루묵’되게 생겼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테러위험국 출신 이민자 수용을 중단하며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강조해 왔다.
전 국민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도 전면 폐지되거나 이를 대폭 수정한 이른바 ‘트럼프케어’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바마케어는 최근 보험료 대폭 인상으로 반발하는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에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
오바마가 연내 의회 비준을 추진했던 TPP는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는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약속으로 ‘러스트벨트(지금은 쇠퇴한 미국 중서부 제조업 지역)’ 근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트럼프는 재협상을 추진할 전망이다.
환경보호론자들에게 트럼프 당선은 재앙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에서 이뤄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물론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아울러 오바마는 환경오염을 우려해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키스톤 송유관 프로젝트를 불허했지만 트럼프 시대에는 재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최대 외교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 핵합의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