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8일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국회 추천 총리가 지명되는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민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국회에 요청한데 대해 “여ㆍ야ㆍ청이 합의하면 내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면서도 “내가 사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 요청한 ‘여야가 합의한 국회 추천 총리’에 동의하면서도, 국회 추천 총리가 지명되는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스스로 자진사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해 지명 6일 만에 ‘김병준 총리’ 카드를 사실상 철회했다.
김 내정자는 “여야 합의가 안 될 것 같아 우선 (총리) 지명을 받았다”며 “또 여야합의체를 통해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명을 받았지만 합의가 이뤄졌다면 내가 더 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안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며 “내가 지명자 지위를 가지고 압박할 수 있는 수단들이 무엇인가 찾아보는 게 내 도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내정자는 또 “인사청문 보고서를 낸 뒤 20일이 지나면 나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소멸된다”며 “이렇게 소멸하고 저렇게 소멸하고 소멸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한테 (거취에 대해) 질문할 이유가 없다”며 “(여야청이) 합의를 해도 소멸하고, 합의되지 않아도 소멸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명백히 얘기하는데 지명받은 요 며칠 사이 청와대하고 진퇴문제에 관한 한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채널A 프로그램인 ‘뉴스특급’에 출연해서도 “저를 이 자리(총리 지명자)에서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야가 (새로운 총리에) 합의를 빨리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철회하는 것”이라며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대통령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고 저는 제 입장이 있다”라며 “만나고 얘기하면 좋겠지만 같은 패키지로 묶일까봐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