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해 소위 대박을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결정권자인 금통위원이 고액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게다가 물가채의 경우 물가에 연동해 움직이는데, 물가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한은 고위 공직자가 이에 보유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4일 코스콤에 따르면 최근 물가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3%대에서 움직이던 물가연동채권 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0.885%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보였다. 유가 급락세가 멈춰선 점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물가채 값을 끌어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를 보이며 올해 초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40달러 위로 올라섰다.
한은 금통위원 중 한 명도 물가채에 투자해 쏠쏠한 이익을 남겼다. 올해 3월 말 발표된 공직자윤리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모 금통위원은 물가채 3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가액은 3억2200만 원으로 물가채가 강세를 보인 탓에 올 10월까지 이자수익을 제외하고도 750만~800만 원어치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26일 공개된 재산내역을 고려할 때도, 19개월 동안 그가 보유한 물가채는 1100만 원가량 값어치가 뛰었다.
하지만 한은 측은 금통위원의 채권 투자에 대해 매매는 하지 않고, 보유만 했기 때문에 실제 수익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은 주식의 경우 3000만 원 한도로 개별 주식이나,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의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되어 있지만, 채권 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의 경우 금통위원들이 선임 후 취임까지의 짧은 기간 내 매각이 어려운 점도 있다”면서 “위원들이 임기 내에 매매는 하지 않은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통위원들의 경우 주식 투자는 공직윤리법과 직원 행동강령등에 따라 규제를 받지만 채권의 경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은 직원 행동강령 제16조 및 17조에 따르면 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등과 관련된 거래 또는 투자를 금지할 수 있다. 또한, 금융정보 공유 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 및 거래는 제한될 수 있다. 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이 금리에 민감한 채권 보유를 제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채권은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가격이 상승해 상당한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이주열 총재 부임 이후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1.25%로 5번에 걸쳐 인하했다. 3%대를 넘나들던 국고채 10년물은 최근 1%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이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처사다”며 “금통위원에게 채권은 기업으로 볼 때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직원보다 이해 상충의 소지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금통위원은 “선임 이전부터 장기간 보유한 것으로 투자시점 대비 수익률은 연 1%를 하회하고 있다”며 “매각시 통화정책과 관련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물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