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순실(60) 씨 소유의 독일 회사에 최소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지원한 정황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검찰의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 씨가 독일 비덱스포츠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자료를 확보하고, 조만간 그룹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르나 K스포츠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 씨 측에 기업 자금이 건네진 정황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최 씨에게 적용될 수 혐의는 횡령, 배임수재, 사기, 공갈 등으로 나뉜다. 최 씨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수뢰죄 성립은 불가능하다. 최 씨가 삼성과 약속한 대로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횡령, 돈을 받는 대가로 회사 임무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면 배임수재 혐의가 문제될 수 있다. 자신이 해줄 수 없는 능력 밖의 일을 빌미로 돈을 받았다면 사기, 협박을 해서 돈을 요구했다면 공갈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뇌물과 배임수재를 제외하면 삼성이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가 아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특히 배임수재는 삼성에게 유리한 행위를 해줘야 성립하는데, 그런 팩트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관련성을 부인하고 의혹 해명에 나섰다. 삼성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수사 결과 모든 것이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2일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초사옥을 찾은 삼성 사장단은 최 씨와 관련된 질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특히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지원설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KT는 광고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두 회사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것이며 특혜 제공은 결코 없었다”고 답변했다. 최 씨의 비선 모임 핵심인사 차은택 씨의 측근 김홍탁 씨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는 작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그랜저, 쏘울 등 6편의 현대자동차 광고를 제작했다. 또 KT는 차 씨가 대표인 아프리카픽쳐스에 지난 2~9월까지 6건의 광고 제작을 맡긴 바 있다.
‘오너 리스크’가 있었던 SK와 롯데 역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의혹을 받으며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이 걸려 있었고,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SK는 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으며, 롯데는 지원을 했으나 돈을 곧 돌려받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