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보험사 회비로 운영되는 보험개발원에 또 다시 관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을 두고 비난이 일고 있다. 보험개발원 개원 30년 역사상 민간 원장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보험개발원은 성대규 전 금융위원회 국장을 제 11대 원장으로 선출했다고 3일 밝혔다. 취임식은 7일이며, 임기는 3년이다.
성 전 국장은 금융위 은행과장, 보험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성 전 국장 선임으로, 보험개발원은 총 11명 원장 중 10명을 관 출신으로 채우게 된다.
보험개발원 1~10대(1989년~2016년) 원장 이력을 보면, 5대 박성욱 원장만 제외하고 모두 관 출신이 원장을 맡았다.
보험개발원 초대 원장인 김봉철 씨는 재정경제부 출신이었다. 2대 원장인 전석영 씨는 대통령비서실, 3·4대 원장인 김승제 씨는 보험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었다.
유일하게 5대 원장만 민간 출신으로 선임됐다. 5대 원장인 박성욱 씨는 대신생명보험 사장 출신이다.
6대부터는 현 10대까지는 다시 관출신이 원장 자리를 독차지 했다. 주로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들이 원장 자리에 내려왔다. 9대 강영구 원장, 현 김수봉 원장 모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문제는 전액 회원사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민간기관 대표 자리를 관 출신 인사가 맡는다는 점이다. 경비는 회원사가 내고, 운영은 관이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개발원은 43개 회원사(손보사 18개사·생보사 25개사)가 분담한 회비로 운영된다. 정부 지원은 전혀 받지 않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회원사들이 갹출해서 낸 돈으로 운영하는 민간기관인데 왜 관에서 원장자리를 차지하냐”며 “관에서 내려 올 거면 차라리 정부예산 들여 관 소속 기관으로 만들지 그러냐, 사실상 관변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같은 민간기관인 보험협회가 수장 자리를 민간출신으로 바꾼 것과도 배치된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2014년 ‘세월호 사태’이후 ‘관피아’ 척결 여론에 떠밀려 협회장을 민간 출신으로 바꿨다. 이수창 생보협회장은 삼성생명, 장남식 손보협회장은 LIG손해보험 출신이다.